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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대표작 13선 작품 설명 - 인생의 순간을 거대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사람 2호 2025. 4. 1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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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조각으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론 뮤익의 조각 작품 가운데 13점을 소개합니다. 개별 작품 설명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론 뮤익 -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생을 조각한다.

 
론 뮤익의 작품에는 친구와 가족도 등장하고, 낯선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뮤익은 대상이 누구냐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순간에 있느냐에 더 주목합니다.
 

“저는 보편적이지만 주목받지 않는 순간에 끌립니다. 사춘기의 어색함, 노년의 나약함, 연인 사이의 긴장된 자세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건 모두가 겪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죠. 제 작품은 그런 조용하고 평범한 순간을 조각을 통해 거대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까지 포착하는 그의 조각은, 우리 삶의 통과의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태어난 아기부터 죽은 아버지까지, 어린 연인들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론 뮤익은 이상화된 아름다움 대신, 삶 그 자체의 흔적을 조각으로 표현합니다.
 
 

2. 삶과 죽음을 다룬 론 뮤익의 조각 작품들

 

2-1. 《A Girl (여자아기)》

 
갓 태어난 신생아를 실물보다 훨씬 크게 묘사한 이 작품은, 출생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탄생 순간의 현실적인 면을 강조합니다. 
 
아기의 몸에는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탯줄, 피부에 묻어있는 핏자국 등 출생 직후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론 뮤익이 만들어낸 이런 디테일은 삶의 출발이 가지는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또한 조각의 거대한 크기는 신생아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명의 시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Ron Mueck

Ron Mueck, a virtuoso of hyperrealistic sculpture, has earned international recognition, with previous major exhibitions in London, Venice, Washington, and Berlin. Over the past decade, the Australian-born, London-based artist has created a personal, disti

www.themodern.org

 

2-2. 《Dead Dad (죽은 아버지)》

 
론 뮤익의 대표작 중 하나인 《Dead Dad(죽은 아버지)》(1997)는 그를 세상이 주목하는 작가로 만들어주었는데요, 이 조각은 실제 세상을 떠난 뮤익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절반 크기로 줄여,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조각의 머리에는 뮤익 자신의 머리카락을 붙였습니다.

이 조각은 죽음을 맞은 순간의 정적과마치 방금까지 살아 있던 것 같은 피부의 온기를 느끼게 합니다. 또한, 실물 크기의 절반으로 축소해놓음으로써,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연약함과 취약함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Dead Dad》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안아주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하죠.
그런 감정의 충돌이 바로 제가 원하는 반응입니다.”
 

Ron Mueck's sculpture 'Dead Dad' at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 'One of Mueck’s most striking and emblematic works'

'The fatherly figure is transformed into a lifeless body, shown in all its vulnerability, like a doll, a toy.'

ropac.net

 
2-3. 《Mass (매스)
 
이 작품은 론 뮤익의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무려 100개의 거대한 인간 두개골로 구성됐으며, 두개골 하나당 크기도 1미터가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제작과정도 무척 오래 걸렸는데요, 5-6개의 몰드(조각틀)을 만들고, 이걸로 일주일에 5, 6개씩 두개골을 계속 만들어 나갔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제작에만 8개월이 걸렸으며, 총 작업기간은 1년이나 걸린 엄청난 작업이었습니다.

세잔의 회화 <해골 피라미드>와 캄보디아 학살 현장, 파리의 카타콤(지하묘지)의 이미지들이 이 작품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론 뮤익은 특히 해골을 만들 때 최대한 보편적인 해골의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해골에도 성별과 나이, 인종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뮤익은 특정한 해골 형태로 작품을 구성하면, 이 작품이  특정한 스토리로 해석될 까봐 그것을 경계했습니다. 

사실 두개골은, 죽음의 보편성과 무게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상징이죠. 오래전부터 예술에서 두개골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바니타스(인생의 덧없음)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사용돼 왔습니다. 론 뮤익 역시 <매스>에 이런 상징성을 담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산처럼 쌓인 두개골은 집단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개개인의 죽음의 형태와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줍니다.
관객은 이 거대한 두개골 더미 앞에서 죽음과 맞닥뜨리는 동시에 삶의 유한함을 느끼게 됩니다.
 
론 뮤익의 Mass 작품 해설과 이미지가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있는  호주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Ron Mueck: MASS | NGV

Ron Mueck MASS Free entry The Ian Potter Centre: NGV Australia, Fed Square Level 3 13 May 22 – 15 Jan 23 Australian-born Ron Mueck has been creating hyper-realistic, figurative sculptures since his debut as an artist in 1997. His work is known for its at

www.ngv.vic.gov.au

 
 

3. 성장과 사춘기를 표현한 거대한 조각들

 

“그들의 몸은 너무 커져 버렸고, 감정은 아직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론 뮤익은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사춘기 시기를, 거대한 크기의 조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그가 만든 소년과 소녀는 덩치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마치 눈에 띄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어딘가 움츠러들고 불편해 보이는 이들의 자세는 사춘기의 심리 상태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3-1. 《Boy (소년)》

 
약 4.5미터 높이의 이 조각은 웅크리고 앉아 옆을 바라보는 소년을 묘사합니다. 관람객보다 훨씬 거대하지만, 소년은 오히려 위축되고 불안해 보이며,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죠.

이 자세는 호주 원주민들이 사냥감을 주시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다리를 안으로 끌어당긴 자세, 긴장된 어깨와 목, 그리고 약간 젖힌 고개와 불안한 눈빛은 마치 자신을 감추거나 방어하려는 동물적인 반응처럼 보입니다.

사냥꾼처럼 예민하게 주변을 감시하면서 세상을 인식해보려 애쓰고 있는 소년의 방어적인 자세와 눈빛은, 현대사회에서 아이가 처한 위협적인 환경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 자라는 아이의 불안성장기의 혼란스러움을 은유합니다.

 

Ron Mueck – Boy (1999)

The Australian artist Ron Mueck’s (b. 1958) sculpture Boy has become one of the landmarks of the ARoS Aarhus Art Museum. Measuring 4.5 metres in height and weighing in at 500 kg.

www.aros.dk

 

3-2. 《Ghost (유령)》

 
이 조각은 2.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조각으로, 사춘기 소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수영복을 입은 소녀는 어색하게 갤러리 벽에 기대 서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말고, 관람객의 시선을 피하듯 고립된 소녀는 갑자기 자란 자신의 몸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 신체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소녀의 심리적인 무게 중심은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 <Ghost(유령)>사회적으로 존재감이 흐릿한 상태혹은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합니다.

사춘기 소녀의 불안정한 감정과 신체적 변화가 생생하게 표현돼 있어서, 이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Ghost‘, Ron Mueck, 1998 | Tate

‘Ghost‘, Ron Mueck, 1998

www.tate.org.uk

 
 

4. 삶의 가운데에서 - 고뇌와 외로움의 고군분투

 

4-1. 《In Bed (침대에서)》

 
론 뮤익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정적 속에서도 감정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조각입니다.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관찰하다가 포착해낸 순간을 조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작품에는 한 여인이 침대 위에서 흰 시트를 덮은 채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아직 잠들지는 않았습니다. 여인은 살짝 뜬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눈빛과 입꼬리, 이마의 주름 등에서 복잡한 감정이 엿보입니다.

지금, 이 여인의 상태는 어떤 걸까요? 병든 것일 수도, 이별을 앞둔 순간일 수도, 혹은 단지 생각이 많아 잠들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뮤익은 어떤 설명도 남기지 않은 채, 그저 '사람'이라는 존재의 순간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포착합니다.
큰 몸짓도, 극적인 장면도 없이 오직 정지된 표정과 눈빛만으로 관람자의 마음을 흔드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며, 보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이 됩니다.

론 뮤익은 이처럼 침묵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In Bed》는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작품이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 덕분에 가장 크게 마음에 남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In Bed by Ron Mueck

À Paris, dans un bâtiment de Jean Nouvel, la Fondation Cartier, exemple du mécénat d'entreprise, est un lieu de création et d'exposition de l'art contemporain.

www.fondationcartier.com

 

4-2. 《Mask II (마스크 2)》

 
이 조각은 론 뮤익이 자신의 자는 모습을 네 배 가까이 확대해 조각한 자화상입니다. 앞에서 보면 진짜처럼 보일 만큼 눈썹이며 속눈썹, 입술의 주름까지도 현실적으로 재현돼 있습니다.

그런데 얼굴의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디테일만큼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언뜻 평온한 듯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완전히 잠든 것인지, 깊은 명상 상태인지, 혹은 죽음과 연결된 상태인지 모호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Introducing Ron Mueck

Ron Mueck draws upon memories, reveries, and everyday experience as he portrays his subjects with extraordinary compassion.

www.mfah.org

 

4-3. 《Woman with Shopping (쇼핑하는 여인)》

 
이 작품은 피곤한 표정으로 장바구니를 든 엄마와단추 채운 외투 속에서 엄마를 올려다보는 아기를 표현합니다.
 
작품 속의 여인은 닥터마틴 부츠와 오래된 외투를 걸치고 유아용 물티슈, 홍차, 값싼 화이트와인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있습니다. 외투 속에는 아기가 안겨 있는데요, 아기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엄마의 시선을 갈구합니다. 엄마의 표정은 공허하고, 아기의 응시는 절실합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도 작게 축소된 채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육아의 무게를 짊어졌지만사실은 이 여인도 누군가의 보살핌과 보호가 필요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뮤익은 이 축소된 크기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Woman with Shopping by Ron Mueck

À Paris, dans un bâtiment de Jean Nouvel, la Fondation Cartier, exemple du mécénat d'entreprise, est un lieu de création et d'exposition de l'art contemporain.

www.fondationcartier.com

 

4-4. 《Man in a boat (보트 안의 남자)》

 
아무 장식도 없는 보트와뱃머리에 나체로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 남성을 조각한 작품입니다남자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무언가를 응시하듯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자는 실제 사람보다 작고보트도 수상해 보일 만큼 얇고 깁니다이 비정상적인 비율 때문에 보트는 어딘가 불안해 보입니다홀로무장해제된 채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는 물도 없는 공중에 외롭게 떠 있습니다
 
조그맣기 때문에 더 고독하고 연약해보이는 이 남자는존재론적인 불안 속에 있는 인간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Ron Mueck | British Council

The British Council is proud to support The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s contemporary exhibitions at the Theseus Temple, presenting Man in a Boat, a work by the acclaimed Australian sculptor Ron Mueck that was created during a residency at the National

www.britishcouncil.at

 

4-5. 《Woman with Sticks (나뭇가지를 든 여인)》

 
나체의 중년 여성이 상반신을 뒤로 젖힌 채, 무거운 나뭇가지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뮤익은 이 작품에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머리카락에서부터 피부와 발톱, 빨갛게 거칠어진 팔꿈치와 근육과 힘줄, 나뭇가지가 남긴 생채기까지, 인간의 신체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재현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론 뮤익의 대다수 작품과는 달리, 현실 속에서 마주칠 법한 인물이 아니라 설화나 전설에서 튀어나온 인물처럼 보입니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인물을 아틀라스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아틀라스는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해, 혹득한 벌을 받게 되죠. 바로 영원히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틀라스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안은 존재영원한 책임을 진 존재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나뭇가지를 떠받치고 있는 이 여인 역시, 인간 존재의 고단함과 책임, 투쟁과 강인함,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Woman with Sticks by Ron Mueck

À Paris, dans un bâtiment de Jean Nouvel, la Fondation Cartier, exemple du mécénat d'entreprise, est un lieu de création et d'exposition de l'art contemporain.

www.fondationcartier.com

 
 

5. 어린 연인에서 노부부까지 - 론 뮤익의 커플 조각 작품

 

5-1. 《Young Couple (젊은 커플)》

 
젊은 남녀가 서로를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 애틋하게 감싸안은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뚜렷하게 엇갈립니다.
 
남성은 여성을 강하게 끌어안고 있지만, 살짝 고개를 돌린 여성의 표정에는 불안과 망설임이 서려 있습니다.
 
사랑이 무르익는 순간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불균형, 긴장과 감정의 엇갈림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여성이 남성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피하는 모습은 관계 안에서의 고독, 혹은 탈출하고 싶은 심리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뮤익은 이 조각을 통해 연인 사이의 친밀감뿐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의심, 소외, 위계와 통제 같은 감정까지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Ron Mueck,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Sculptor Ron Mueck's latest exhibition, which runs from April 16 – September 29 at the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is his first in Europe in eight years.

www.wmagazine.com

 

5-2. 《Spooning Couple (포개진 연인)》

 
이 작품은 침대 위에 함께 누운 젊은 커플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제목처럼 이들의 자세는 마치 스푼처럼 꼭 포개져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의 등을 감싸 안은 채 함께 누워 있는 이 자세는 일반적으로 친밀감과 편안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죠.

하지만 여기서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두 사람의 표정은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은 살짝 먼 곳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합니다. 몸은 맞닿아 있지만, 마음은 멀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품 안에서도 외로울 수 있다는 복합적인 감정은, 정서적인 거리가 물리적인 거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보는 이에게 자신이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Ron Mueck

Ron Mueck, sculpting Couple Ron Mueck is an Australian born artist who currently works in the United Kingdom. He is known for his hyper...

www.arrestedmotion.net

 

5-3. 《Couple under an Umbrella (파라솔 밑의 노부부)》

 
거대한 크기의 노부부가 파라솔 아래에 앉아있는 작품으로, 높이가 약 3미터에 달합니다. 노부부는 색이 바랜 수영복을 입고, 파라솔 밑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습니다.
 
론 뮤익은 그들의 모습 속에 그들이 지나온 삶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살갗의 주름, 역사의 흔적이 깃든 느슨한 피부와 근육, 얼굴을 장식한 고독한 흰 머리카락, 시간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시간을 두려워하는 눈빛 등이 거대한 크기 속에 섬세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이들은 거대한 크기로 제작됐지만, 전혀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마치 중심에서 떨어진 조용하고 외진 곳, 소외된 곳이 익숙한 사람처럼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Ron Mueck, Couple Under an Umbrella, 2013/15

Mixed media 275 x 455 x 330 cm

ropac.net

 
 

6. 론 뮤익의 작품이 보여주는 인생의 통과 의례

 
론 뮤익의 조각은 단순히 크기만 큰 작품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지나쳐온 인생의 순간,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 그리고 누구나 겪지만 누구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찰나들이 담겨 있습니다.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죽은 아버지, 불안한 사춘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 고요한 노년의 연인까지 - 그의 조각은 삶 전체를 감싸 안으며, 거대한 침묵 속에서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13개의 대표작을 통해 바라본 론 뮤익의 세계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초상’일지도 모릅니다.
 
론 뮤익의 작품 속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으신 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2025 론뮤익 전시>를 직접 관람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그리고 때로는 불편할 만큼 솔직한 조각들이 우리의 삶 속 한 장면을 조용히 건드릴 지도 모릅니다.
 
론 뮤익이라는 작가가 더 궁금하시다면? 

📚 [이전 글 & 다음 글 보기]
①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조각가, 론 뮤익 소개 & 전시 프리뷰 보러가기
③ 론 뮤익의작품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디테일한 제작 과정 & 설치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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