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곡은 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방식인데요, 조화로운 하모니와 따뜻한 감성이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최근 <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서 박보검과 노영심이 연주한 <학교 가는 길>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연주에 대한 감상에서 출발해, 연탄곡의 특징과 명작 속 연탄곡 장면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박보검과 노영심의 <학교 가는 길>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칸타빌레의 뜻처럼, <박보검의 칸타빌레> 첫 회는 노래와 연주, 음악과 웃음이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첫 손님으로 나온 노영심 음악 감독은 KBS 음악프로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의 진행자이기도 해서, 매우 의미있는 초대손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날은 특히 박보검과 노영심이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학교 가는 길'을 연주했는데요, 이 곡은 김광민이 작곡해서 노영심에게 선물한 곡으로, 본래는 피아노 독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두 사람, 세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으로 편곡되기도 했고, 다양한 악기 버전도 탄생했습니다. 가사를 붙여서 동요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역시 피아노 버전💖이 마음에 듭니다. 특히 연탄곡으로 연주되는 버전을 들으면, 경쾌하고 맑은 멜로디와 주고받는 연주의 리듬 덕분에, 걷다가 뛰다가 장난도 치면서 등교하는 귀여운 학생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물론 <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서는 연주와 화면에(사실은 얼굴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요.
박보검과 노영심의 피아노 연주 <학교가는 길>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 1회)
2. 연탄곡이란? 한 대의 피아노로 만들어지는 특별한 하모니
<학교 가는 길> 같은 연탄곡은 함께 건반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과 소통, 협력과 조화가 무척 중요한데요, 이 곡을 연주하는 내내, 박보검 배우와 노영심 음악감독은 서로의 음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자신만의 건반을 밟아나갔죠. 피아노 치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설렘과 긴장, 만족과 행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박보검 배우의 피아노 실력은 매우 유명한데요, 대학교도 본래는 피아노 쪽으로 가려고 했었고, 대학원도 뉴미디어 음악학과를 졸업했을 정도로 음악에 진심입니다. 방송에 나와 피아노를 치는 모습도 많이 공개됐는데요, 오늘의 주제인 연탄곡 중 빼놓을 수 없는 ‘젓가락 행진곡’도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영상에서는 즉흥적인 재즈 편곡까지 선보입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멋있어도 되는 건가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영상 보러가기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 님과 즉흥연주 보러가기
그럼 연탄곡이란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요? 연탄곡은, 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연탄곡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연탄과 관련이 있는 건가? 왜 연탄곡이지? 갸웃갸웃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건 아니고요, 연결할 ‘연(連)’자에 연주할 ‘탄(彈)’자를 써서 서로 연결된 연주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Four Hands Piece라고 하니까, 의미를 이해하기엔 이쪽이 훨씬 쉽죠?
간혹 피아노 듀오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연탄곡이 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다면, 피아노 듀오는 두 사람이 각각 한 대의 피아노를 독립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아노 두 대를 서로 마주보거나 평행하게 놓고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피아노 듀오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주’라고도 불립니다.
다시 연탄곡 얘기로 돌아오면, 연탄곡에서는 보통 한 명이 오른쪽, 즉 Primo라고 부르는 높은 음역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이 왼쪽, 즉 Secondo라는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한 명이 멜로디를 연주하면 다른 한 명이 반주를 맡거나, 두 연주자가 번갈아가면서 멜로디를 나누기도 하죠.
독주에 비해서 피아노 전체 음역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탄곡은 더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탄곡으로는 앞에서 소개한 <젓가락 행진곡>을 비롯해, 슈베르트의 <환상곡 D.940>이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있습니다.
📌 연탄곡을 연주하는 팁
- 박자 맞추기 : 서로 박자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의 눈을 맞추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게 핵심입니다.
- 손 겹침 방지 : 연주하다 보면 서로의 손이 겹쳐질 수도 있습니다. 미리 손 위치를 조절하고 연습할 때 확인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 페달 사용법 : 보통 낮은 음역을 맡은 연주자(왼쪽 연주자)가 페달을 밟으므로, 서로 조율이 필요합니다.
3. 연탄곡의 매력 | 따뜻하고 친밀한 음악의 세계
그럼 연탄곡은 언제, 어떻게 탄생한 음악의 형태일까요? 18-19세기 유럽에서는 피아노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귀족뿐만 아니라 중산층에서도 피아노를 소유하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습니다. 그러면서 한 대의 피아노로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연탄곡이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연탄곡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연주하는 음악이므로,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연인이나 친구, 가족이 함께 연주하기에 아주 좋은 장르입니다. 연주자끼리의 활발한 교류를 도와주는 역할도 하죠.
또한 연주하는 과정에서 눈빛을 주고받거나 박자를 맞춘다는 점에서, 훌륭한 사교 활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당시 유럽에서는 부유한 상류층이나 귀족들이 운용하던 살롱이라는 사교모임이 유행했는데요, 음악 연주는 살롱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오페라나 교향곡 같은 대규모 연주는 살롱에서 감상하기가 어려웠으므로, 피아노로 대형 오케스트라 작품을 편곡해 연탄곡으로 연주하는 것이 유행이었죠.
초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오락용, 혹은 교육용으로 활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차르트부터 슈베르트, 브람스, 드보르작 같은 작곡가들이 뛰어난 예술성을 갖춘 연탄곡을 작곡했습니다. 특히 슈베르트는 살롱에서 연주하기 좋은 감성적인 연탄곡을 많이 남겼죠. 〈환상곡 D. 940〉, 〈군대 행진곡 D. 733〉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라벨, 드뷔시 같은 인상주의 작곡가들도 살롱에서 연주하기 좋은 감성적인 연탄곡을 남겼습니다.
4. 명작 속의 연탄곡 장면, 기억나세요?
연탄곡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음악적 조화뿐만 아니라 인물 간의 감정선까지 표현해주죠. 유명한 작품 속에 등장한 연탄곡 연주 장면들을 추천합니다. 여러분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라라랜드 (2016)
영화 <라라랜드>에서는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면서 감정이 깊어지는 모습이 연탄곡의 매력을 잘 보여주죠. 특히, 한 사람이 먼저 연주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이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방식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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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17, 일본 영화)
이 작품에서도 연탄곡이 감성적인 장면에서 활용됩니다. 두 주인공이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연탄곡을 연주하며, 가까워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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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밀회> (2014, JTBC)
김희애와 유아인이 주연한 이 드라마에서도 연탄곡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피아노 연탄곡을 통해 두 사람의 감정이 교감되는 장면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죠. 특히 슈베르트의 〈환상곡 D. 940〉은 이 드라마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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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 (2019)
픽사의 <토이 스토리 4>에서도 연탄곡이 등장합니다. 우디와 버즈가 장난스럽게 한 대의 피아노에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에서 연탄곡은 단순한 음악적 요소를 넘어 캐릭터 간의 유대감과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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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1988)
코믹 영화 빅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된 톰 행크스가 장난감 가게의 대형 피아노에서 연탄곡을 연주하는 장면도 유명합니다. 진짜 피아노가 아니라 발판으로 만들어진 피아노를 발로 밟으며 신나게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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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면, 연탄곡이 단순한 연주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음악이라는 점이 더욱 와닿습니다.
5. 난이도별 연탄곡 추천 리스트 | 입문자부터 상급자까지
연탄곡은 감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직접 배우고 연주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연탄곡은 협력과 호흡이 중요한 만큼,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연주 형태인데요. <학교가는 길>이나 <젓가락 행진곡>은 피아노 초보라도 연주해볼 만한 곡들입니다. 하지만 난이도에 따라 도전해볼 수 있는 곡이 다릅니다.
입문자부터 상급자까지, 난이도에 맞는 곡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탄곡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한 연탄곡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보세요.
🎹 입문자를 위한 쉬운 연탄곡
노영심 – 〈학교 가는 길〉
슈베르트 – 〈군대 행진곡 D. 733〉
드뷔시 – 〈작은 모음곡〉
🎹 중급자를 위한 연탄곡 추천
브람스 – 〈헝가리 무곡 5번〉
포레 – 〈돌리 모음곡〉
라벨 – 〈어미 거위〉
🎹 상급자를 위한 연탄곡 추천
슈베르트 – 〈환상곡 D. 940〉
라흐마니노프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 (연탄곡 편곡 버전)
스트라빈스키 – 〈페트루슈카〉 (연탄곡 편곡 버전)
📌 연탄곡을 연습해보고 싶다면?
‘연탄곡 악보 PDF’나 ‘학교 가는 길 연탄곡 악보’ 등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악보 사이트는 '악보가게'라는 곳인데, 무료 샘플 악보를 볼 수 있고, 천원 정도에 악보 구입이 가능합니다.
링크 달아드립니다.
https://www.musicscore.co.kr/m_score/score_detail.asp?s_rndidx=yO8PbNbq2020030981205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연주해보신다면, 연탄곡의 매력을 더 잘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좋아하는 연탄곡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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