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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K.331) - 왜 바흐의 향기가 날까?

생각하는 사람 2호 2025. 2.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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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K.331)은  3악장 '터키 행진곡' 덕분에 유명하죠. 저는 이 곡을 처음 연습하던 시절에도, 지금도 1악장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도입부에서 바흐 스타일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속에, 어째서 바흐로 대표되는 바로크 스타일이 숨어있었던 걸까요? 
 
제가 가졌던 궁금증과 질문을 퀴즈 형식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모차르트와 바흐가 대칭적인 거울 프레임 안에 배치된 일러스트. 모차르트 소나타 11번(K331)에 나타난 바흐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표현
모차르트와 바흐, 두 음악가의 연결을 상징하는 손그림 일러스트.

 

Quiz 1> 모차르트는 바흐의 음악을 의도적으로 연구했을까? O, X?

 

Hint 1. 바흐의 흔적 - 변주곡 형식을 비롯한 3가지 그림자

모차르트 소나타 11번은 일반적인 소나타 형식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빠른 1악장, 느린 2악장, 경쾌한 3악장으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 대신, 변주곡으로 시작된다는 점인데요, '주제와 변주'로 시작한 1악장은,  느리고 우아한 미뉴에트 형식의 2악장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3악장에서는 터키풍 행진곡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바로 이 1악장의 변주곡 형식 때문에 바흐의 향기를 맡게 되었던 것 같은데요, 사실 변주곡은 바로크 시대에서 많이 쓰인 형식입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주제를 형식과 리듬, 화성을 바꿔가며 변형해서 연주하는 형식을 뜻합니다. 특히  바흐가 이 형식을 즐겨 썼습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같은 작품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곡이죠. 
 
또한, 모차르트 소나타 11번의 1악장 도입부 선율을 들어보면, 바흐가 자주 사용하는 트릴 (trill) 과 앞꾸밈음(appoggiatura)이 등장합니다. 덕분에 장식적인 느낌을 줍니다. 선율은 아르페지오로 부드럽게 진행되고, 기본적인 화성을 사용한 화성의 전개는 조화롭고 안정적입니다. 이 역시,바흐의 음악 스타일을 연상시킵니다. 결과적으로, 1악장을 관통하는 주제의 선율 자체가 바흐풍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죠. 
 
또 하나의 바로크적인 특징은, 왼손의 패턴입니다.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왼손이 반주처럼 기능하며 오른손을 받쳐주는 역할을 주로 합니다.  반면, 바로크 음악에서는 왼손이 독립적인을 이루면서 오른손의 선율과 어우러집니다.  이런 것을 '대위법'이라고 부르는데요, 모차르트 소나타 11번에도 이런 대위법적인 요소가 드러납니다.
 

Hint 2. 모차르트 스타일을 확립해 나가던 시기에 쓴 곡

그런데 모차르트 소나타 11번은 그가 아버지의 그림자에서도, 궁정의 요구에서도 벗어나 자유로운 음악가로 독립해 나가던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이 진짜 원했던 음악 스타일을 확립해가던 시기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나요? '진짜 원했던 새로운 음악'에 한물간 바로크 시대의 향기가 섞여있다고?
 
☞ 혹시, 새롭고 창의적인 음악을 창조해내던 이 음악천재도 결국 시대의 유산, 즉 바로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걸까요?
☞ 아니면, 프리랜서 음악가로서 돈을 벌기 위해 바로크라는 '아는 맛'을 소나타에 집어넣었던 걸까요? 
 

Hint 3. 바로크의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 건 전반기가 아니라 후반기였다

사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차르트는 바로크에서 고전주의로 넘어가던 시대에 활동을 시작했으니, 바로크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었던 것이리라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오히려, 모차르트의 초창기 음악에는 이런 바로크 음악의 색채가 훨씬 덜 묻어났다는 것입니다. 시대의 영향이었다면, 바로크 시대가 저물어갈수록 더 옅어졌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강해졌던 겁니다.  
 
따라서, 답은 "맞다!"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피아노소나타에 바흐 스타일을 집어넣은 건 '고의'였습니다. 20대 후반의 모차르트는 바흐의 음악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손열음이 연주한 모차르트 소나타 11번(K.331) 1악장> 
 변주곡 특유의 화려한 장식음과 가볍고 경쾌한 터치가 돋보입니다.
특히, 바흐 스타일의 대위법적 흐름과 부드러운 선율, 조화로운 화성 진행을 주목해서 들어보세요.
 

Quiz 2> 모차르트가 반한 '바흐'는 사실 '아들 바흐'였다? OX?

어릴 때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차르트는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음악을 배웠습니다. 그때 그가 주로 접했던 스타일은 독일의 하이든이나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스타일이었습니다. 당시 요한 세바스찬 바흐(J.S.Bach)는 그다지 유명한 음악가가 아니었기에 그의 음악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모차르트 역시 그의 음악을 거의 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린 모차르트에게 바흐듣보잡 음악가나 다름없었던 셈이죠.
 
그러던 1782년, 빈에서 26살의 모차르트는 바흐의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 (C.P.E. Bach)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그 순간,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그가 연주한 음악이 모차르트에게 커다란 감명을 안긴 것입니다.
 
그럼, 답은 O? 아뇨, 사실 당시 들 바흐(C.P.E. Bach)가 연주했던 건,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이었습니다. 아들이 연주한 아버지의 음악에 반했던 것이죠.
 
따라서,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입니다. 
 

Quiz 3> 모차르트는 피아노소나타 11번을 오르간으로 연주했을까? OX ?

이후 모차르트는 '바흐의 음악을 더 공부해야겠다!'라며 그의 음악을 파고듭니다. 특히, 헨델과 바흐의 대위법 스타일을 연구하면서, 바로크 스타일을 자신의 음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스타일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오르간 연주를 더 깊이 탐구했다고 합니다.
 
피아노 신동으로 알려졌지만, 모차르트는사실  6살 무렵부터 피아노와 함께 오르간도 연습했습니다. 교회 음악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어릴 때부터 오르간을 필수적으로 배우게 했던 것입니다.
그럼, 오르간도 피아노만큼 잘 쳤을까요? 모차르트가 1779년 잘츠부르크 궁중 음악가로 고용됐을 때, 모차르트의 공식적인 직책은 '궁중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궁중 오르가니스트'였습니다. 그의 오르간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죠? 
 
그래서인지 모차르트는 자주  피아노곡을 오르간으로  즉흥 연주했다고 합니다. 특히 소나타를 오르간 스타일로 바꿔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고 하죠. 1770년대와 1780년대, 여러 유럽 도시를 여행했을 때도 유명한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차르트는 소나타 11번도 오르간으로 연주해 봤을까요? 
 
아쉽게도,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곡을 치거나 들을 때마다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선율을 상상하곤 합니다.  특히 1악장 도입부는 오르간 소리에 기가 막히게 어울릴 것 같아서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모차르트도 하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높다!"입니다. 
 

Bonus Track>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11번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

 

  • 🎁  모차르트는 이 곡을 생전에 직접 출판하지 않았다.

아내 콘스탄체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베를린의 출판업자 아르타리아에게 이 작품을 판매하려 했으나, 베를린이 아닌 비엔나에서 먼저 출판되면서 아르타리아와의 계약이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 🎁 소나타 11번의 악보 원본은 실종되었다.

모차르트가 직접 손으로 쓴 원본은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 연주되는 버전을 당시 출판된 악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죠. 학자들은 모차르트가 쓴 원곡의 형태와 현재 연주되는 버전이 다를 수 있다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 🎁 터키 음악에 영감을 받은 3악장(터키행진곡)은 최신 트렌드를 따라간 곡이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터키, 당시로서는 오스만 제국의 음악이 굉장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군악대가 연주하는 독특한 리듬과 강한 타악기 연주가 유럽 귀족들에게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라네요. 모차르트 역시 터키풍의 리듬을 차용해 독특하고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 
 

  • 🎁 피아노소나타 11번은 실내 연주용 음악이 아니라 연회용 음악이었을 수도 있다. 

이 소나타는 교향곡처럼 화려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인 터키행진곡은 화려하고 리드미컬합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이 곡이 궁전이나 귀족들의 연회장에서 연주됐을 거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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